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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자일의 기본 전제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PM & Agile 2013. 9. 23. 17:48

    "비즈니스 쪽의 사람들과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걸쳐 날마다 함께 일해야 한다."

         

    애자일 선언문에 첨부된 12가지 원칙중에 하나이다. 내 경험상 가장 적용하기 힘든 원칙 중에 하나이다. 참고로 나는 SI 개발을 10년이 훨씬 넘게하고 있다. :-)  근 2년 동안은 모 대기업과 함께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 말이다. 뭐 자랑은 아니고 지금까지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에서 고객들이 원하던 결과물을 전달할 수 있었던 지라 계속 같이 일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박인건 이 기업의 고객들이 무척이나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갑'질하는 고객과는 차원이 틀리다. 고객 선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주로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아닌 이상은 결정은 모두 일이 잘되는 방향으로 내려진다. 또, 일이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개발팀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SI를 하면서 이런 고객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원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이런 기업의 흔히 말하는 현업들은 보통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또, 본인의 고유 업무도 따로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즉, 프로젝트 입장에서 그들의 주의(attention)을 얻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내게 줄수있는 주의는 대개 일주일에 3~4시간, 많으면 7~8시간이 고작이다. 본인 시간의 10~20% 정도만 우리 프로젝트에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몇 년 전에 모 공공기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때는 더욱 심해, 담당 직원을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30분정도밖에 볼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의견 교환이 이메일로 오고 가는 환경에서 애자일에서 강조하는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봐 줄 고객도 없었다.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 프로젝트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다.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요청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까지 피드백은 없다. "어! 뭐가 벌써 돌아가요?"라는 기쁨도 잠시 이내 프로젝트가 잘 돌아간다고 속단하고 그나마 있던 주의도 거두어 간다. 우리에게 줄 주의는 옆에 잘 안되는 것 처럼 보이는 프로젝트에게 가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나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더욱 우울한 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은총알"은 없다는 사실이다. 



    "동기가 부여된 개인들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과 지원을 주고 그들이 일을 끝내리라고 신뢰하라."


    "팀은 정기적으로 어떻게 더 효과적이 될지 숙고하고, 이에 따라 팀의 행동을 조율하고 조정한다."


    내게는 일종의 교리같이 느껴지는 원칙이기도 하고 애자일의 12가지 원칙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지금도 self-organized된 팀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으며, 예전에는 그런 팀을 만들었고 그 안에 있다고 확신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SI 프로젝트 환경에서 self-organized된 팀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개개인의 능력을 보고 팀원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의해서 팀이 조직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할 뿐 아니라 팀원이 어렵게 팀이 원하는 스킬을 습득하게 되더라도 그 팀원을 팀에 존속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 팀이라는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던 실패하던 간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부분은 흩어져 버린다. 그래서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 혹은 실패로부터 배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각자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잡음(noise)를 상쇄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휴..(먼산을 한 번 바라본다…)

    사실, 맨먼스 기반의 계약으로 움직이는 SI 시장에서는 애초에 self-organized된 팀이란 불가능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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