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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렴진화, 그리고 좋은 설계
    기타기술 2011. 7. 25. 08:30


    수렴진화


    수렴진화는 계통적으로 관련없는 둘 이상의 생물이 진화의 결과로 유사한 형태를 갖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수렴진화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개미와 흰개미를 들 수 있다. 개미와 흰개미 거의 동일한 형태와 습성을 갖고 있지만 기원은 전혀 다르다. 흰 개미는 바퀴벌레와 동일한 조상을 갖으며, 개미는 꿀벌, 말벌등과 유연관계를 갖는다. 그렇다면 흰개미와 개미는 왜 그렇게 비슷하게 보이는 것인가. 그 이유는 그들이 같은 종류의 생활방식으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에서 기술된 개미와 흰개미의 수렴진화에 관련된 설명이다.

    개미와 흰개미는 커다란 집단을 이루고 살며 이 집단의 대부분은 생식 능력 및 날개가 없는 노동 계급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노동 계급은 날개가 달린 생식 계급을 효과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생식 계급은 무리를 떠나 새로운 집단을 건설한다. 재미있는 것은 개미의 경우는 노동 계급이 모두 생식 능력이 없는 암컷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흰개미의 경우는 수컷도 있고 암컷도 있다는 것이다. 개미나 흰개미나 모두 집단 안에 한 마리의 커다란 '여왕개미'가 있다. 이 여왕개미는 대개 몸집이 거대하다. 개미와 흰개미는 모두 노동 계급에 병정개미와 전문화된 계급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 처럼 이 두 종은 서로 전혀 다른 진화계통을 갖지만 진화의 끝에서는(현 시점을 진화의 끝이라고 가정 한다면) 거의 같은 외형과 습성을 갖게 됐다. 이외에도 수렴 진화의 많은 예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새와 박쥐의 날개, 박쥐와 익룡의 날개, 문어의 눈과 인간의 눈,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등이 있다. 이빨 고래와 수염고래는 모두 육상에서 생활하던 포유류를 조상으로 갖지만 다른 조상으로부터 독립적인 진화과정을 거쳐 유사한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들 진화의 최종 결과가 비슷한 기능이나 형태로 나타날지는 몰라도 세부적인 매커니즘은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유사한 기능을 갖지만 다른 조상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기능의 동작 매커니즘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바다 밑에 붙어 서는 대표적인 어종이 홍어와 넙치를 비교해보자. 홍어와 넙치 모두 바다 바닥에 붙어서 살며 비슷한 외형을 갖는다. 하지만 둘의 진화 경로는 완전히 다른데 홍어의 경우 몸을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몸의 좌우를 넓히는 방식을 택한 반면 넙치의 경우 좌우의 폭을 극단적으로 좁혀 옆으로 눕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옆으로 누울 경우 한쪽 눈이 바닥에 묻히는 문제를 갖게 되는데 넙치는 성장과정에서 한쪽 눈을 반대쪽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좋은 설계


    수렴진화는 자연계에서도 동일한(혹은 유사한) 기능을 구현함에 있어서 주어진 상황과 구조가 다르다면 해당 컨택스트(Context)에 가장 잘 맞는 설계 방식이 채택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좋은 설계를 선택한 종이 꿋꿋이 살아 남을 동안 잘못된 설계 방식(자연선택에 기준에 맞지 않는)을 채택한 수 많은 종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우연이든 의도된 것이든 간에 오랜 기간 동안 살아 남을 수 있는 설계방식을 채택한 종이 살아 남았고 현재라는 시점에서 보면 그것이 좋은 설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좋은 설계의 기준은 이와 비슷하다. 동일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수의 설계 방식이 존재할 테지만, 그 중에 한 가지(혹은 몇 가지) 좋은 설계만이 선택된다. 그리고 좋은 설계의 선택 기준은 유행이나 최근에 인기있는 설계 방식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과 구조에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설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좋은 설계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은 해당 컨텍스트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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