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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코드 그리고 분석가들독서록 2011. 7. 13. 22:46
특수관계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저자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입니다. 특수관계인(?)이 리뷰를 쓰면 팔을 안으로 굽는다고 좋은 얘기만 쓰게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괜히 누군가 제가 쓴 글을 읽고 책을 구입했다가 낚였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책에 마이너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뭐 그냥 좋은 얘기만 쓰려고요. 제가 이런 특별한 관계임을 밝히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해 보겠습니다.저는 글쓴이의 일생에서 5시 42분 부터 7시 30분 까지를 같이한 사이입니다. - 뭔 얘기인지는 책을 보시면 압니다. :) 글쓴이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고 같이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또, 같이 벤처를 창업해 게임을 만들기도 했고, 재미난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망했습니다... 만약, 성공했으면 아직도 같이 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같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써야 하는 나름 특별한 관계입니다. 사실, 제 집사람을 소개해 준 이도 글쓴이입니다.ㅎㅎ
글쓴이는 너무나 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 드라마틱한 삶을 보고 있노라면 제 삶이 너무 평온하게 느껴지기 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쓴이를 부러워하며 한편으로는 존경합니다. 어렵게 시작해서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여기까지 온 그의 삶의 여정을 존경합니다.
악성코드 그리고 분석가들
특수 관계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한 모양입니다. 흐흐흐…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몇 년전 글쓴이를 만났을 때 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달고 책을 내보고 싶다면서요. 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응원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정말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비웃었겠지만 글쓴이는 좀 달랐거든요. 그리고 지난번 만났을 때 정말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대단한 놈…’
책을 사서 읽겠다는 약속을 하고 한참이 지난 며칠 전에서야 드디어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책을 잡으니 놓을 수가 없더군요. 책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습니다. 가끔 만날 때마다 저에게 재미있게 들려주던 무용담들이 책 곳곳에 쓰여져 있었거든요. 평소에 이야기를 아주 재미나게 하는 글쓴이의 성향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마치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 있었습니다.
물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습니다. 악성코드가 무엇인지 글쓴이가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하는지 말이지요. 또, 재미난 이야기들 곳곳에 숨어있는 안랩의 문화와 개발 프로세스를 훔쳐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특히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답게 철저한 코드리뷰가 일반화 된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짝 프로그래밍 할 때 자연스레 일어나는 코드리뷰 외에는 코드 리뷰에 회의적이던 저에게는 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꼭 보안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가 아니라도 한 번 읽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일단 재미 있거든요. 다만, 전문용어들을 좀 더 쉽게 풀어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점과 글쓴이의 느낌을 나타내는 수사가 불필요하게 등장해 글의 몰입을 가끔 방해할 때가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해줬던 더 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이 책에는 실리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건 책 샀다는 인증샷이고 마지막으로 글쓴이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상철아! 책 샀으니 책에 싸인 좀 해다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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