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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넥톰, 뇌의 지도
    독서록 2020. 12. 31. 10:22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마치 머리속에서 들리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난 어디로 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실제로 소리를 인지하는 곳은 어딜까?  

    나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다. 어디까지가 나인가? 손, 발, 심장.. 내 몸에 붙어 있는 것들이 나일까?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게 나일까? 손, 발은 그냥 부속품 아닐까? 그러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내 손이나 발이 떨어져 나간다면, 떨어진 손이나 발은 나인가? 아니면 더 이상 내가 아닌가?

    내 몸을 구성하는 것들 - 물, 세포, DNA... 다양한 요소들이 나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런 것과 나는 왠지 같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좀 더 특별한 무엇처럼 느껴진다. 물리적 한계에 속박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 이쯤이면, 이원론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내 몸이 기계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자아를 가진 기계가 있다면, 그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입력 값에 반응하여 출력을 내는 장치, 설계도에 씌여진대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장치, 장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연료를 공급해야 하고, 가끔 고장이 나서 못쓰게 되기도 하고, 장치의 수명이 다하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식으로 내 몸을 해석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뉴런은 현대의 장치로 비유하면 CPU, RAM, DISK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모듈인 것 같다. 다양한 입력을 뉴런의 네트워크로 처리하여 입력에 대해 반응하며, 연산에 필요한 정보는 잠시 저장하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영구적으로 저장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 뇌를 구성하는 수십억개이 뉴런의 네트워크 구조를 완벽히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을 훔쳐보고, 누군가가 어떤 입력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알 수 있을까? 

    DNA 안에 숨겨져 있는 설계도에 의해 뇌가 항상 거의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정보를 저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뇌를 컴퓨터 안에서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개개인의 개성과 기억은 컴퓨터로 ‘업로딩’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는 한없이 두렵기만 했던 죽음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자연스러운 과정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죽음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고통은 내가 평생 모은 소중한 ‘정보’(기억,감정...)들이 내 죽음과 함께 소멸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본다. 기술이 발전해 뇌가 모두 백업될 수 있다면, 그래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래서 내 기억을 영원히 지켜낼 수 있다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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